눈물인듯 이르는 발길이라도 밉지 않다
텅 비어오는 내일
우리의 빈가슴들이 내는 적적한 하품소리라도
네 가슴을 보듬어 맨 머언 곳에서의 눈길이라도
내 늘상 그리는 그 마음엔 볕도 잘 들리라
가뭇한 여름이 푸르다 지치는 날엔
서늘한 가슴 안에 숨어라도 지내리라
창밖을 더듬어
차가운 그대 입김을 매만지는 나도
어느땐가는 버리리라
숨죽임이 버릇이 된 그대
바람 하나 마음에 얹어지면
천근이 되는 날
버릇없이 빗길을 오락가락 하는
풋바람이 어색하다
그립다는.... /홍의현
아무리 정신이 고결한 도공이라도
영원히 깨지지 않는 도자기를 만든 적이 없듯이
아무리 영혼이 순결한 사랑이라도
언젠가는 금이가고 마는 줄 알면서도
칸나꽃 놀빛으로 타오르는
저녁나절
그대는 무슨일로
소리죽여 울고 있나요
그대는 무슨일로 / 이외수
수척한 얼굴로 기다리지 말아라
네 마음 하나쯤 가벼이 호주머니에 꽂고 다니지만
내가 무슨 옷으로 갈아입든
넌 그대로 꽂혀 있을 일이다
때론 반갑게 왔다가
때론 아주 먼 곳으로 떠난 듯 해도
가장 잊히지 않는 것 중의 하나는
때론 너의 음성이었다가
때론 너의 주소지였다가 일뿐
너는 내게 산처럼 들처럼 있다
길을 걷다가 꽃으로 눈짓하는 너를 만나고
때론 괜찮은 눈빛의 나무로 내게 가지 흔드는 너를
때로는 내가 더 먼저 달려가 만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기다림에 대하여 / 홍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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