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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란...두울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시간은 있어...

 

 

 

 

 

 

차마 이별하기에 그 길에 사람이 너무 많았던가.
그 길이 너무 밝지 않았던가.
비온 뒤 길이 질척이지는 않았던가.


어려운 길이었던가.
잊지 못할 길이었는가.


내가 먼저 발걸음을 뗀 길이었는가.
당신이 그 길 위에 서서 오래 내 모습을 바라보고 섰던 길이었던가.
코끝으로 작약꽃 향이 아스라이 스치고 지나갔던가.
아니 그냥 향수였던가.


아니면 나무 타는 냄새였던가.
정녕 안녕이라고 말한 길이었던가.
한데 왜 나는 그 길위에 다시 서서 당신을 부르는 걸까.

 

 

- 이병률님.. '끌림' 중에서 -

 

 

 

 

 

 

 

끌림 / 이병률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 가게 된다 할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 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 것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우주를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어쩌면, 세상을 껴안다가 문득 그를 껴안고

당신 자신을 껴안는 착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 기분에 울컥해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당신에게 많은 걸 쏟아놓을 것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세상을 원하는 색으로 물들이는 기적을

당신은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시간은 있어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시간은 있어.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새에게도, 나무에게도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시간은 있는 법이지.

 

 

기억하고, 추억하고, 감싸 안는 일,

그래서 힘이 되고 기운이 되고 빛이 되는 일.

손에서 놓친 줄만 알았는데

잘 감췄다고 믿었는데

가슴에 다시 잡히고 마는..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이어서

온 몸에 레몬즙이 퍼지는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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