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 류시화
이상한 일이지요, 당신을 생각하면
왜 쓸쓸함이 먼저 앞서오는 것인지.
따스한 기억도 많고 많았는데
그 따스함마저 왜 쓸쓸하게 다가오는 것인지.
혼자 걷다 보면 어느 듯
눈에 익숙한 거리로 들어설 때가 있지요.
모든 건 다 제자리에 있는데
단지 당신만이 없는 이곳.
바람이 불었습니다.
낙엽이 떨어졌습니다.
당신이 없는 나의 세상은 그저
이렇게 텅 비어만 가는가 봅니다.
오랫동안 나의 마음 당신을 향해 있었고
그보다 더 오래 당신을 잃고
나는 슬펐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하루
나는 잠시만 슬퍼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위해 포기한 것들에 대해.
그리하여 온통 내 몫이 된
이 쓸쓸함에 대하여.
너 없는 세상 /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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