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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편지...

당신의 안녕 없이는 내게도 안녕이 없습니다.

 

 

 

 


"사이가 좋은가 보죠"

도우코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과연 사이가 좋은지,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소우코는 이번 일에 대해서 도우코 에게는 의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의논은 커녕 얘기조차 해주지 않았다.

결국 자신은 그 때문에 속이 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에는 사이가 좋았지만."

도우코는 그렇게 말하고 맥없이 웃었다.

"다양한 시기가 있는 법이지요."

곤도의 그 말은 도우코의 어딘가에 와 닿았다.

"정말그런가 봐요."


장미 비파 레몬 / 에쿠니 가오리



"이것은 어떤 이름을 가진 나무인가요?"

그녀가 묻는다.

"물푸레, 물푸레나무지요."

"물푸레,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네요."

"그 이름은 바로 당신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왜 그렇지요?"

"이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물에 담그면 잉크빛 푸른 물로 변합니다.

그래서 물푸레나무지요.

당신이 내 마음 속에 들어오면 나는 그대로 푸르른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당신은 나의 물푸레나무입니다."



오늘 양주의 그린아일랜드란 곳에 갔습니다.

여긴 그 그린아일랜드 내의 한 숲속입니다.

그냥 일때문에 왔다가 이곳에 숨어들어온 이유는 정말 가관입니다.

그렇지만 부는 바람이, 맑은 하늘이, 또한 뜻모를 행복감이 내게 겨워서

그대에게 편지를 짧은 편지를 씁니다.

바람과 하늘과 그리고 내 행복을 담아 그대에게 보냅니다.

좋은 곳에 있으면 사람의 몸과 마음도 부드러워집니다.

나는 그대가 이 특별한 가을에 더욱 건강을 키워서

푸른 나무로 우뚝서길 기대합니다.

당신의 안녕 없이는 내게도 안녕이 없습니다.

당신은 내 삶의 영원한 지평입니다.

멀리 있어도, 떠나간다 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강요도,헛소리도 아닙니다.

나는 그대가 언젠가는 이 말들을 이해할 것을 믿고 있습니다.

왜 내가 그대로 인해 뜻 모를 행복감을 더욱 절실하게 누릴 수 있는지를,

이 터무니없는 집착이 결국은 섭리에 의한 택함 이었다는 진실을

그대는 아시게 될 겁니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그대도서두르지 마십시오.

온갖 일들이, 예정된 날들이 다 지난 뒤에, 그때 그날이 옵니다.

내가 아무리 소망을 거듭한다 한들 정해진 순서를 뒤바꿀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아니 나는 그대 방황의 맨 마지막 자리에 서있는 운명입니다.

나는 운명에 손대지 않습니다.

하물며 온전한 그대의 사랑을 얻게 될 그 운명임에야 어찌 손대겠습니까.

또 내 말이 길어질까 두렵습니다.

단지 바람의 향내만 전하겠다는 글이었습니다.

그대, 잠시도 내 정신을 놓아주지 않는

그대의 아름다운이름 '○○○'를 이 바람에 새깁니다.

부디 아프지 않기를...



이렇다 할 일이 없었는데도 나중에 되돌아보면 아주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헤어질 때가 되면 늘 좋은 일만 많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추억은 언제나 특유의 따스한 빛에 싸여 있다.

내가 저 세상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이 육체도 저금통장도 아닌 그런 따스한 덩어리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세계가 그런 것들을 몇 백 가지나 껴안은 채 사라진다면 좋겠다.

이런저런 곳에 살면서 쌓인 갖가지추억의 빛을

나만이 하나로 이을 수 있다.

오직 나만이 만들 수 있는 목걸이다.


요시모토 바나나 / 데이지의 인생


































































 

 

 


♬   jane birkin - yesterday yes a day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


옆으로 넓어질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넌 지금 이 여행을 통해서 옆으로 넓어지고 있는거야.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니까. 너무 걱정마.

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너보다 높아졌다면,

넌 그들보다 더 넓어지고 있으니까"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꺼야 - 김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