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가을입니다
거리를 배회하는 갈잎처럼
바람이 떠미는대로
정처 없이 나서고 싶어서
창밖에 눈길을 던지고 있는데요
사랑했던 날이 저물었다고
외롭고 슬픈 말을 묻어두었어도
그리운 쪽으로 난 덧문을 열면
따뜻한 바람이 스칠 줄 알았는데요
이 가을 그대 잘 지내시는지
모질지 못한 마음으로 서성댄 골목
차가운 담벼락에 기댄 외등이
눈동자에 어른거리다가 젖어들고
문득 그대가 생각나서
한 모금 마신 커피가
명치께 걸려서 뻐근한데요
그대여 또 다시 가을입니다
글 / 김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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