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리움이란...두울

방울꽃을 향한 달팽이의 사랑..

   

 

 

 

 

옛날 옛적 그리 멀리 않은 옛날에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는 숲속 한 구석에는

달팽이 한 마리와 예쁜 방울꽃이 살고 있었습니다.

 

 

 

 

 


달팽이는 이 세상에

방울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했지만

방울꽃은 그것을 몰랐습니다..
 
토란 입사귀 뒤에 숨어서
방울꽃을 바라보다가 눈길이 마주치면
얼른 숨어버리는 것이
달팽이의 관심이라는 것을
그때 방울꽃은 알지 못했습니다.

아침마다 큰 바위 두개를 넘어
조심스럽게 방울꽃 옆으로 다가와서는
 "저어, 이슬 한 방울만 마셔도 되나요..? "

라고 말하는 달팽이의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알지 못했습니다.

 

 

 

 

 

 

비바람이 몹시 부는 날
방울꽃 가까이의 바위 밑에서 잠못들 던 것,
그리고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속에서
자기 다 몸이 마르도록
방울꽃 옆에서 머물러 있던 것이 모두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민들레 씨앗이 혹시나 들을까봐
아무 말도 못하는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갔습니다.

숲에는 노란 나비가 날아 들었지요.

방울꽃은 나비의 노란 날개를 좋아했고
나비는 방울꽃의 하얀 꽃잎을 좋아했습니다.


달팽이에게는 이슬을 주던 방울꽃이
나비에게는 꿀을 주었을때에도 
방울꽃이 즐거워하는 것만으로
달팽이는 행복했습니다..

 

 

 

 

 

 

"다른 이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그를 자유롭게 해주는거야. "

 

라고 민들레 꽃씨에게 말하면서
까닭 모를 서글픔을 몰래 삼키는 것

또한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알지 못했습니다...


방울꽃 꽃잎 하나가
짙은 아침 안개 속에 떨어졌을 때

나비는 바람이 차가워진다며
노란 날개를 팔랑거리며 
떠나갔습니다.

 

 

 

 

 


나비를 보내고 슬퍼하는 방울꽃을 보며
클로버 잎사귀 위를 구르던
달팽이의  작은 눈물이 사랑이라는 것을,
나비가 떠난 밤에 
방울꽃 주위를 잠도 자지 않고

그저 맴돌던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알지 못했습니다..

 

 

 

 

 


꽃잎이 다 떨어져 버리고
방울꽃은 이제 하나의 씨앗이 되어
땅 위에 떨어졌을 때,
달팽이는 흙을 곱게 덮어주며 말했습니다.


"다시 한번 더 당신을 기다려도 되나요..?"


예쁜 꽃잎이 다 떨어지고

씨앗이 된 이후에야 방울꽃은
뒤늦게 달팽이의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집: 당신의 사랑으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