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추억이라 하고
너는 그리움이라 한다
그래서
너는 나를 쉬어 잊고
나는 너를 가슴에 넣고
날마다 흔들리면서 어지럽게
살아간다
너 한 사람 뿐인데
1
고질적인 질병일지라도
날 마다 스스로를 덜어내고
너를 불러
네 그리움을
담아 내고 싶다
2
시몽
그 카페에 낡은 계단을
그리움에 지친 가쁜 숨을 토해내며
오르내릴 때
빛 바랜 구두창에 물컹물컹
밟혀오는 섬득함의
그 번득이는 이별의 눈길을
왜 진작에
예감 못했을까
3
바라볼수록
너를 바라볼수록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때로는 아주 낯선 얼굴로
남의 사람처럼 보여
내 옆구리로
바람이 새어 나온다
4
밥을 먹는다
네 사랑이 하도 허기가 져
눈물을 펑펑 흘리며
꾸역꾸역 밥을 먹는다
눈물도 먹고
그리움도 찍어 먹는다
네가 하도
배고프게
그리워서...
5
아무리 극단적으로
맺어질 수 없는 인연이라도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너 한사람 뿐인데
운명아
어쩔텐가...
6
날마다 너를 단념한다
그러고도 한 순간을
너를 지워내지 못한다
운명의 여신은 가혹하게도
사랑하는 길만 열어 주었지
돌아올 길은 영영
끊어 내어 버렸다
떨쳐낼 수 없는 사슬이면
차라리 이 아픔으로
괴로우면 괴로운 대로
눈물이 나면 눈물이 나는 대로
바른 가슴으로
너를
사랑하자
7
너는 추억이라 하고
나는 그리움이라 한다
그래서
너는 나를 쉬이 잊고
나는 너를 가슴에 넣고
날마다 흔들리면서
어지럽게
살아간다
8
길을가다
문득문득 뒤를 돌아본다
너는 그곳에 없지만
한 번도 네가 없음을
확인하기 위해 뒤돌아 본 적
죽어서도 기필코 없다
9
붉은 하늘에서
꾸역꾸역 바람이 밀려온다
금새라도 숨이 멎어 버릴 것만 같은
그리움이 켜켜이 엄습해 와도
숨지 말자
도망하지 말자
그것이 너에게 더 줄 수 있는 사랑이면
아낌없이 주고도
더 주어버리자
10
해가 떠오른다
찬란히
붉은 태양을 토해내기 위해
긴 밤에 어둠은 그렇게 깊었고
오랜 슬픔에 떨었나 보다
얼마나 더 처절한 기다림으로
얼마나 더 나를 상실해내야
너는 저 붉은 태양처럼 내게
햇살다운 햇살로
나를 비춰 줄 것인가...
11
예전에
무작정 일방적으로 약속하고
대책없이 기다리던 그 카페에서
88라이트 반갑을 태우고 나서야
너는 비로소 그 눈부신 웃음으로
바람보다 더 가벼웁게 내게 왔었는데
나를 반쯤 그리움에 태우고
네가 주는 슬픔으로
그 나머지 반을 다 태워도
너는 이제
못 온다는 전화조차 없다
12
너를 만난 짧은 날들이
신이 내린 가장 축복된 피날레였다면
그 짧은 날에 심어진 너를
내 안에서 망각해 내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세월들을
뼈를 깎는 아픔으로
너를 그리워 해야만 할까
13
이승에서 저승으로
저승에서 이승으로
몇 만 번의 윤회가 있어야
너를 나에게서 상실해 낼 수 있을까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든
한 웅큼의 의식만 남아 있다면
나는
너를
그리움이라 한다
글쓴이 / 김진동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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