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잊으리라 합니다 / 도종환
하늘에 별이 뜨듯 길가엔 풀꽃이 피어 반짝입니다.
길가에 풀꽃이 피듯 은하수엔 별들이 소롯소롯 모여 깜빡입니다.
혼자 돌아오는 길도 외롭지 않습니다.
풀잎 위에 이슬이 있듯 내가 당신 곁에 있고
풀잎 끝에 바람이 오듯 당신이 내게 오므로
들길을 걸어 돌아오는 오늘 같은 밤은 혼자도 넉넉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당신 곁을 떠나야 하지 않나 자꾸 생각듭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당신에 대한 집착이 되어
사랑하는 마음보다 욕심이 커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가 당신을 향해 걷는 길만은 언제나 밝게 밝혀 두고
당신 아닌 큰 것을 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합니다.
오직 당신에 대한 설움에만 내 마음을 매어두고
내가 지고 가야 할 나의 십자가는 외면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당신의 죽음으로 내가 다시 살았고
내가 살아서 매일매일 당신을 다시 살게 해야 하는데
땀 흘리는 한낮 한줄기 바람으로 당신이 내게 오는 뜻을
나는 너무 외곬의 마음만으로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이제는 잊으리라 합니다.
그러나 그저 별이 홀로 깜빡이다 저물듯
그렇게 나 혼자만 속으로 잊으리라 합니다.
그리고는 돌아서 별 아래 풀꽃이 있듯 그렇게 있으리라 합니다.
음악이 너무 가슴에 사무쳐 볼륨을 최대한
높여놓고 그 음악에 무릎 꿇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내 영혼의 깃발 위에 백기를 달아
노래앞에 투항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음악에 항복을 하고 처분만 기다리고 싶은 저녁이 있습니다.
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고 너무 발버둥치며 살아왔습니다.
너무 긴장하며 살아왔습니다.
지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비굴하지 않게 살아야 하지만 너무 지지 않으려고만
하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 제 피붙이한테도
지지 않으려고 하며 삽니다.
지면 좀 어떻습니까.
사람 사는 일이 이겼다 졌다 하면서 사는 건데 절대로 지면
안 된다는 강박이 우리를 붙들고 있는지 오래되었습니다.
그 강박에서 나를 풀어주고 싶습니다.
폭력이 아니라 사랑에 지고 싶습니다.
권력이 아니라 음악에 지고 싶습니다.
돈이 아니라 눈물나게 아름다운 풍경에 무릎 꿇고 싶습니다.
눈물나게 아름다운 풍경에 무릎 꿇고 싶습니다 / 도종환
이따금 당신이
그립기도 했지만 미움이 앞서 원망스러웠습니다
어쩌다 당신과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되었는지...
많은 세월 그리워했고
행복을 빌어도 보았으나 마음속엔 항상 원망으로
그립고 보고프다가도 미움이 앞섰지요
당신과의
이별이 숙명이었다면 아마 그렇게 잊고 살았을겁니다
그러나 당신을 다시 만났을 땐
가슴에 쌓였던 미움이 눈물로 녹아내리고 다시 한번
당신과의 만남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살이란 마음 같지가 않았지요
나, 뒤돌아서 떠나며
이젠 운명으로 알고 미워도 원망도 하지 않으렵니다
이 세상에서,
같은 하늘 아래서 숨 쉬고 살아감을 고마워하며
아픈 기억 조금씩 지워가며 살아가렵니다
또 한번 가슴으로 울었습니다 / 詩 박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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