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하나

몽상의 숲...

내사랑장미 2012. 5. 11. 02:31


 

풍경 중독자

 

 

 

 풍경이 나를 거닌다..

 내가 풍경를 쓰다듬는다..

 

 이렇게 비 오는 밤 풍경이 돌아 눕는다..

 풍경은 왜 여기 있지 않고 거기 있는가..

 

 

 

 

 

 

 소름이 돋아 우둘두둘한 풍경..

 두 팔로 껴안아도 여전히 온 몸 떨리는 풍경...

 

 왜 풍경은 몸 속으로 들어와 고통이 되고 싶은 걸까?..

 비 쏟아져 들어오는 지하도를 옆구리 쯤에 품은 풍경..

 

 


 

 

 

 

 그 지하도 밖으로 나오자

 녹슨 철골들이 산발한 채 상한 젖꼭지에 붉은 물을 뚝뚝 흘리는

 그 아래 입을 쓱 닦은 유리병이

 피를 뚝뚝 흘리는 밤의 풍경

 

 그 곳, 우산도 없이 내가 서 있는 밤의 풍경..

 

 

 

 

 

 

 내가 베게에 얼굴을 파묻자

 멀리 보이지 않는 관악산이 비켜서고 새로운 풍경이 나타난다.

 

 

 

 

 

풍경에는 깊이가 있나 봐요.

 

나날이 풍경이 깊어져요.

명치 끝을 파고들어요.

 

 

 

 

 

 

호흡이 바뀔 때마다 풍경은 바뀌고

안개가 피어 오르고 내 방이 녹아서 강물로 떠내려 가요..

 

 

 

 

 

 

왜 고통이 물 밖으로 나가면

한 낱 고물 집하장이 되어 버리는 걸까?..

 

 

안에서 밖으로 내 뿜어지는 풍경 속..

나는 어째서 녹물을 칙칙 뱉는

짓다 만 우정병원 콘크리트에 기대고 서 있는지..

 

 

 

 

비는 철석철석 내 뺨을 갈기고 있는지..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바뀌어 버리는 예민한 풍경의 살갗..

 

 

 

 

 

그래,

이제 그만 풍경의 문을 닫아 걸자...

 

행복했어요 멀리서 바라보기엔

그러나 가까이 다가서면 참혹했어요..

 

 

 

 

 

 

비 오는 밤의 풍경이 네 두 팔 안에서

  나 없이도 울고, 나 없이도 헐떡거린다..

 

 

 

 

 

 비 오는 밤 풍경의 한복판..

 온 몸의 피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그 곳..

 귀머거리 여자처럼 큰 소리로 내가 울며 지나갔지요..

 

 

 

 

 

 먹구름이 몇 가닥 얼굴 위로 흘러 내려요..

 언제나 한 장의 표면 밖에 가진것이 없는 풍경..

 

 그런데, 도대체 이 풍경의 출구는 어디에요?

 

 

 

글 / 김혜순님

 

 

 

낙엽송 숲이었건만 대낮이었건만 숲은 어두웠다..

어두운 숲 속에 들어가 있으면

어릴 적 아무도 없는 빈 방에 무섭게 담겨 있던 생각이 난다.

 

 

 

 

 

 

언제나 숲은 적막의 생기가 넘친다..

숲과 숲 사이, 영원으로 열려있던 오솔길을

혼자 걸어갔던 게 언제였던가..

 

 

 

 

 

'칠레의 숲에 서 본적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이 지구를 모른다'고 노래한 시인은 누구였던가..

숲속으로 들어 갈수록 숲은 까마득하고 침묵은 떨린다.

 

 

 

 

 

 

새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람소리도 끊어진

오직 침묵만이 그대로인 숲을 홀로 걸어

자연 속으로 들어 갔던게 언제였던가..

 

 

 

 

 

 

오랜만에 숲에 담겨 나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낙엽송 숲이었건만

대낮이었건만 숲은 어두웠다.

 

 

 

 

 

 

몽상의 숲 - 박용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