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두울

지울 수 없는 얼굴....

내사랑장미 2011. 6. 6. 22:39

 

 

 

 

 

우리 다음 생에는 시계가 되자
너는 발 빠른 분침으로
나는 발 느린 시침으로
한 시간마다 뜨겁게 만나자
순간을 사랑하는 숨결로 영원을 직조해내는
우리 다음 생에는 시계가 되자
먼지알 같은 들꽃들의 사랑을 모르고 어찌
하늘과 땅의 뜻을 그 영원에 수놓을 수 있으랴

 

 

 

우리 그리고
한 천년의 강물이 흘러간 뒤에
열두 점 머리 한가운데서
너와 나 얼싸안고 숨을 멈추어버린
그 시계
다음 생에는 우리 이 세상 한복판에서 너의
영원을 함께 부둥켜안은 미이라가 되자
박새들의 아프고 슬픈 사랑을 모르고
어찌 하늘과 땅의 뜻을 그 영원에 수놓을 수 있으랴.

 

 

한승원의 열애 일기 1 중에서 / 시계

 

 

 

 

78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지울 수 없는 얼굴 / 고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