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두울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내사랑장미
2009. 3. 1. 09:39

네가 진정, 그 사람이 삶이 아픈 것이 네가 아픈 것만큼 아프다고 느껴질 때,
꼭 나와 함께가 아니라도 좋으니, 그가 진정 행복해지기를 바랄 때,
그때는 사랑을 해야 해.
두 팔을 있는 힘껏 벌리고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고,
네 힘을 다해 그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해.
하지만 명심해야 할 일은
우리는 언제나 열렬히 사랑하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서둘러 사랑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거야.
위녕, 또 가끔 사람들은 말하지.
'인생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한둘이야?'
엄마는 이런 어법을 아주 싫어한다.
암으로 죽어 가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너의 후두염이 경시받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니까.
인생은 고통 콘테스트가 아니잖아.
엄마의 고통도 너의 고통도 모두 존중받아야 하니까.
하지만 위녕, 고통에, 고뇌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내주지는 말자.
대신 하늘을 향해 한 번 기도하렴.
현명하게 처리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그리고 잠시 다른 일을 하는 거야.
태풍은 열대의 뜨거음을 강제적으로
온대지방으로 전달해 내는 자연의 방식이라는데,
고여 터질 것 같은 열대의 정열이 온대지방으로 오면
거의 폭력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엄마는 오래전에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본 일이 있어.
마음속의 압력들을, 사소한 분노들을, 실망감과 상처들을,
어쩌면 뜨거운 사랑까지도, 조금씩 처리하는 법을 익히지 않으면
그렇게 내 마음의 뜨거움들도 다른 이들에게 가서
폭력으로 변하지 않을까 함께 겁이 났었지.
바람이 거세다는 사실보다
바람이 거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 힘들다는 것을 엄마는 절감하며 산다.
사람이 저마다 외롭다는 사실보다
사람이 저마다 외롭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 힘든 것을 말이야.
하지만 우리는 가끔 순응하며 더 거대한 것들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네가 힘들다는 사실보다 힘들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너 자신과 화해해야 하겠지.
엄마는 사람들의 잔인함을 생각한다.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잃어버린 어떤 사람이 엄마에게 했던 말도 떠올랐어.
가장 슬픈 일은, 불행한 자신에게 보내는 사람들의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그런 시선이라고.
내가 생각하기에 끔찍했던 불행들이
나를 분발시키고 나를 바른 자세로 살게 만들어 주었던 거야.
가끔 생각하곤 한단다.
나에게 있어 진정한 불행과 진정한 불운은 무엇일까?
엄마는 노력을 하면 그게 무엇이든 좋은 건 줄 알았어.
나를 오해하고 있는 친구에게는 어떻게든 그 오해를 풀어 주려고 노력했고,
나를 미워하는 친구에게는 어떻게든 내 호의를 알려서 나를 좋아하게 하고 싶었다.
내가 믿는 신앙과 내가 믿는 이념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리고 그게 아주 잘하는 일인 줄 알았던 거야.
그러나 어느 날 내 소관인 것과 내 소관이 아닌 것이 있다는 것을 바보처럼 깨닫게 되었단다.
남의 마음이라든가, 날씨라든가, 네가 전화도 받지 않고 늦을 때
계속 전화를 걸어 대는 것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지.
그것은 노력해서 무엇을 하는 일보다 힘든 일이었다.
아무 것 도 하지 않고 있는 것 말이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할 수없는 일인지 알아차리는 것 말이야.
참 이상하지.
살면서 우리는 가끔 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때가 있고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때가 있 어.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다면 프란치스코의 말대로 '지혜'를 얻는 일이 되겠지.
그런데 이 세상은 말이야.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아야 할 때를 훨씬 더 많이 준다.
글쎄, 아직 이십 대인 네가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운명에 대해 승리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말을 말이야.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배가 파도를 넘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파도 자체를 부정하며 판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파도를 넘어 휘청대면서 옆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비유를 하면 좀 이해가 될까.
사랑하는 딸, 도전하거라.
안주하고 싶은 네 자신과 맞서 싸우거라.
그러기 위해 너는 오로지 네 자신이어야 하고 또 끊임없이 사색하고
네 생각과 말과 행동의 배후를 묻고 또 읽어야 한다.
쌓아 올린 네 건물이 어느 날 흔적도 없이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 해도,
두려워하지 말아라.
생각보다 말이야, 생은 길어.
그리고 슬픔으로 얼굴이 창백해졌던 네 아름다운 친구에게도 전해주렴.
'우리의 동경이 현세에서 이루어지지 않아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를 우리가 바라는 대로 사랑하지 않아도,
우리를 배신하고 신의 없게 굴어도'
삶은 어느 날 그것이 그래야만 했던 이유를 가만히 들려주게 될 거라고.
그날 너는 길을 걷다가 문득 가벼이 발걸음을 멈추고,
아하, 하고 작은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고.
그러니 두려워 말고 새로이 맑은 오늘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이야.
그러고 나면 너희들 모두에게 어느 순간 생이 생 전체로
모든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날이 올 거야!
눈을 크게 뜨고 이 세상을 감상하렴.
네가 좋아하는 푸른 젊은 날이 한 순간 한 순간씩 가고 있다.
네가 졸고 있는 그 순간에도, 네가 눈을 뜨고 있는 순간에도.
그러니 민감해지렴.
아직은 습기가 없는 바람에 후두두 날리는 나뭇잎의 소리를 들어 보렴.
울타리에 핀 장미의 그 수많은 가지가지 붉은 빛을 느껴 보렴.
그들은 뻗어 오르는 생명으로 가득 차 있을 거야.
마치 너의 젊음처럼.
그러면 그 나뭇잎이 바람과 만나는 소리 속에서,
장미가 제 생명을 붉게 표현하는 그 속에서
너는 어쩌면 삶을 한 단계 오를 수도 있을 거야.
너는 무언가에 대해 질문을 가지게 될 것이고
질문을 가진 사람만이 살아 있는 것이다.
위녕, 아직 젊은 너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삶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어느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더구나.
그 이유는 반복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말이야.
위녕, 엄마는 네가 무엇이 될까라는 생각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생을 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그런 젊은 날을 가지기를 바란다.
답은 그 과정 속에 있는 것이거든.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